Tekni 2020. 2. 3. 18:00

졸업논문 포스터를 발표하고 나서 교수님들과 식사자리를 가진 적이 있습니다. 저는 입학때부터 가지고 있던 의문을 교수님께 여쭤보았었습니다. "교수님들은 유기농 콩으로 만든 두부 드세요?" 대답은 "아니, 어차피 먹으면 다 단백질인데 굳이 왜? 난 싼 거 먹어."였습니다. 드디어 저와, 제 친구들과, 제 어머니가 궁금해하던 궁금증을 해결했습니다. 여러분, 교수님도 일반 콩 두부 드신댑니다.

 

이 이야기를 갑자기 왜 꺼냈냐면, 최근에 과 후배와 해장국을 먹다가 친구가 갑자기 GMO 얘기를 꺼내서 그렇습니다. 여러분에게 GMO라는 건 어떤 존재입니까? 괴물과 같나요? 프랑켄슈타인 식물판? 관련 전공을 공부한 저는 그렇지 않다고 믿습니다. 막연하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GMO는 유전공학을 이용하여 유전자 변형을 일으킨 생물체입니다. 흔히 농학에서는 GMO와 전통육종, 즉 교배와 교잡에 의한 품종 개발을 식물체 향상의 주된 연구라 여깁니다. 하지만 이도 틀린 말이 되었습니다. 이제 마구잡이 교배는 없습니다. 전통적인 육종도 이미 분자생물학적 기법들을 도입한지 오래이며, 유전공학 기술을 받아들여 육종연한을 단축하고 더 우수한 교배종을 만들고 있습니다. 따라서 난 GMO가 아니라 전통육종된 작물만 먹겠어!라고 하는 것은 아마 매우 힘든 일이 될 것입니다.

 

또 층위를 달리하여 볼 때, 소비자 레벨에서 다르게 비견되는 것은 GMO와 유기농입니다. 사실 이는 대칭관계의 개념들은 아닙니다만, 재배 환경상 비견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유기농의 조건을 만족하려면 3년 이상 무화학비료, 무농약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반면에 GMO는 태생부터 그 필요성이 대량재배, 기계화영농, 수확관리 용이성이기 때문에 무농약과 무화학비료라는 조건을 만족하기 무척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흔히 생각하는 GMO가 유기농과 반대되는 개념이라는 오개념이 생기는 것입니다. 둘은 개념의 층위가 다릅니다. GMO는 식물 육종방법이고, 유기농은 농법입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분명히 유기농이 GMO보다 훨 낫다고 느끼실 것 같습니다. 물론 화학물질을 덜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화학물질이 다가 아닙니다. 흔히 농산물의 위해요소를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첫째는 물리적, 둘째는 화학적, 셋째는 생물학적입니다. 여러분이 밥을 먹거나 채소를 먹을 때 돌을 씹거나, 두더지가 나오거나 하지는 않으니 물리적인 요소는 제외합시다. 유기농이 화학적 요소에서는 우위일지 몰라도, 셋째 요소인 생물학적 요소에서는 어쩌면 GMO 작물보다 그 위해성이 높을 수 있습니다.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탄소원을 찾아야 하고, 말인즉슨 생물퇴비를 써야한다는 뜻입니다. 결국에는 미생물에 노출되는 것은 동일합니다. 오히려 생물퇴비는 기생충의 위험이 있습니다. 당연히 둘 다 꼼꼼한 후처리를 거쳐야하며, 실제로도 그러고 있습니다.

 

화학적 위해요소를 좀 더 살펴보면, GMO 식물이든, 유기농이 아닌 통상 농법으로 재배한 작물이든 다 꼼꼼한 잔류화학물질 검사를 하고 있고, 이를 통과해야만 출하가 가능합니다. 그것도 그렇고, 과학자들이 점점 더 쉽게 제거되는 농약, 더 적은 용량만 써도 되는 농약을 개발하기 위한 것은 언급하지 않아도 되리라 믿습니다. 또 이렇다면 다큐에서 보신 내용을 말씀하시며 어떤 사람들은 유기농 먹고 암이 나았다! 라는 사례를 언급하실 것 같습니다. 제가 의학전문가가 아니라 무지합니다만, 어쨌든 모든 화학물질은 위해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고, 어떤 사람은 더 민감하고, 어떤 사람은 더 둔감하다는 것 정도는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보통의 안전기준은 보통의 사람들에게 위해성이 나지 않도록 조정된다는 점도요.

 

현대 사회가 엄청난 인구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 인구의 식량 소비도 대단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식량난 해결이 인구성장을 이끄는 주된 동력이었습니다. 즉, 공급이 증가한 만큼 수요가 따라온 것입니다. 현대 사회의 이 어마어마한 작물 소비를 뒷받침하려면 당연히 생산량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굉장히 고깝게 들릴 수 있으나, 유감스럽게도 수확량 측면에서 유기농보다는 GMO가 생산량에서는 월등합니다. 현대사회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GMO는 필연적으로 되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재배되고 있는 작물들을 유기농으로 바꾸면 되지 않겠느냐? 라고 물으시겠지만 수확량도 수확량이지만 그에 수반하는 엄청난 부작용들, 무시할 수 없습니다.

 

유기농은 친환경이 아닙니다. 화학물질을 덜 사용한다는 데에서 그 장점을 찾을 수도 있겠으나, 지구온난화 측면에서는 확실하게 영향이 더 큽니다. 기계화, 대량화, 규격화할수록 단가가 내려가고 에너지 소비가 적어지며 당연히 지구온난화에 대한 영향도 더 낮습니다. (https://www.technologyreview.com/…/sorryorganic-farming-is…/) 따라서 유기농을 소비하며 나는 지금 지구를 살리는 윤리적 소비를 하고 있다는 위안은 거짓입니다. 아, 국부적으로는 사실입니다. 생태학적으로 한 지역 내에서 수확물과 투입물(비료나 퇴비 같은)이 순환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이를 source, sink 개념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지구 전체 레벨에서 유기농은 그다지 친환경적이라고 불리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또한 유기농 농산물이나, GMO 농산물이나 영양학적 가치는 동등합니다. 정확히는 유의미하게 다르지 않습니다. 따라서 더 영양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도 허구입니다.

 

GMO 완전표시제에 대해 말이 많습니다. 후배가 얘기를 꺼낸 이유도 GMO 완전표시제 때문입니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늘린다는 측면에서는 이 제도가 나쁠게 없어보입니다. 다만 제가 생각하기에, 지금 세간의 인식에서 GMO는 악마의 생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GMO 완전표시제는 일종의 낙인으로 작용할게 분명합니다. 이미 GMO를 원료로 사용하는 많은 가공식품들은 GMO 사용여부를 완전표시하면 외면받을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유기농 작물들의 수요는 더더욱 증가하고, 가격은 올라갈 것이고, 수급은 불안정해지며, 물가는 요동칩니다. 특히, 한국 내에서 유기농만으로 자국 내 수요를 다 감당하는건 사실상 어렵습니다. 또 이는 곧 일종의 불필요한 사회불평등으로 격화될 우려 또한 있습니다. 하지만 애써 설명하려한 바, GMO는 현재로서 그 위험성이 유의미하게 증명된 바가 없습니다. 또한 제가 배우고, 제 과동기들, 제 교수님들이 알고 있는 과학에서 그 유해성은 아직까지 제기될 만한 합당한 이유는 없어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GMO 완전표시제는 이권에 걸린 문제가 더 크리라 생각합니다. 학교급식에 유기농산물 투입등의 논란도 마찬가지입니다. 시행된다면 국내 유기농법 실천자들은 아마도 큰 이득을 보겠죠. 이해관계를 완전히 배제하고 말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것은 사회적 문제이니, 간단히만 제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굳이 낙인처럼 작용할 GMO완전표시제를 시행할 이유도, 학교 급식 완전유기농화를 하여 얻을 효용도 크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이해관계에 대해 말하자면, 몬산토나 카길이라는 기업에 대해서 말씀하실 분이 많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저 또한 몬산토의 행보가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나, 사실상 현대 농학은 여타 과학분야와 동일하게 많은 자본, 많은 인력, 많은 시간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는 곧 거대 민간기업의 출현을 부르는 것이니, 몬산토가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만 이런 현상이 저도 반갑지는 않습니다. 몬산토에 대항할만한 다른 종자회사가 여럿 나타나서 합당한 가격의 종자를 농업인들에게 공급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생태학적으로도 단일 품종으로 이루어진 군락은 병해나 충해에 굉장히 취약합니다. 따라서 유전적 기반이 다양한 품종들이 여러 회사에서 출시되는 것이 더 바람직한 모습이라는 점도 중요합니다. 또 기업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산업의 특성상 안전성에 대해 더 신경써주었으면 하는 바람은 저 또한 있습니다.

 

다만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더 중요한 말씀은, 오해하지 마시라는 것입니다. 유기농을 먹는다고 더 건강해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더 친환경적이라는 말도 거짓이고, 더 영양가있다는 말도 거짓입니다. GMO 작물 또한 먹는다고 암에 걸리는 것이 아니고, 지구온난화에 더 악영향을 끼친게 아니며, 영양가가 부족한 게 아닙니다. GMO는 막연히 나쁘고 해로운 것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찬가지로 유기농도 나쁘니 하지 말자는게 아닙니다. 다만 환경오염이나 생물안전성 측면에서 더 연구와 진척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두 개 모두 편향된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좋겠습니다.